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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맛의 기술" 발췌

소금 이야기

음식에 소금을 치면 썩지 않는 이유

작성자
meccasalt
작성일
2021-07-26 13:24
조회
16732
식품은 신선한 상태로 또는 가공이나 조리한 직후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불가피할 경우, 수분의 증발, 온도 변화, 광선, 산소의 접촉, 미생물의 번식, 충해 등의 영향으로 열화(劣化)와 변패(變敗)가 수반된다. 이들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식품의 보존법이다. 이에는 물리적 방법(건조, 가열, 가압, 초음파, 방사선)과 화학적 방법(방부제, 절임, 진공, 발효, 훈연)이 있다. 이번엔 소금 절임, 당절임, 초절임에 대해서다.

 

식품의 보존법 IV – 절임법

 

음식을 소금이나 설탕에 절이면 왜 썩지 않을까?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절임법이 건조법과 함께 가장 오래된 저장법이지 않을까 싶다. 그 이론적 배경을 짚어본다.

 

소금, 설탕, 식초에 의한 식품의 보존성은 농도가 높아질수록 좋아진다. 한계농도는 소금의 경우 5% 전후, 설탕은 30% 이상, 식초는 1% 정도로 본다. 그러나 이 농도에서 견디는 미생물이 있어 부패는 서서히 진행되고 따라서 장기적인 보존은 불가능하다. 장기 보존을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농도를 훨씬 높일 필요가 있다.

 

절임 조작은 누구나 간단하게 할 수 있으나 그 보존 원리는 쉽지 않다. 소금 절임을 염장(鹽藏)이라고도 부르는데 냉장·냉동시설이 없을 때는 생물의 저장법으로 가장 많이 쓰였다. 도서지역의 5일장, 간고등어, 간갈치 등 짭조름한 절임 생선이 떠오른다.

 

원리는 이렇다. 모든 생명체의 혈액이나 세포 내 염류의 농도는 0.9% 정도다. 그래서 생리적 식염수를 소금 농도 0.9%로 맞춘다. 이 농도를 위아래로 벗어나면 생명의 유지가 어렵다. 인위적으로 농도를 변화시켜 미생물의 생육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절임(저장)법인 셈이다.

 

절임은 소금이나 당에 의해서만 아니라 물에 녹을 수 있는 모든 물질(용질)이 가능하다. 그러나 식용이 불가능한 물질은 식품에 적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단지 사용하지 않을 뿐. 이런 저장 효과는 절임용 용질의 성질(물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즉 물질의 분자량(물질의 크기)이 적을수록, 이온화(하전)가 되고 그 수가 많을수록 효과는 좋아진다. 소금이 설탕보다 훨씬 더 좋은 이유다.

 

보존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삼투압이라는 이론이 도입된다. 삼투압이란 반투막(semi-permeable membrane)을 사이에 두고 농도가 다른 두 용액을 놓았을 때 용질(소금)은 이동하지 않고 물만 이동해 양쪽의 농도가 평행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현상이다. 그림처럼 시간이 지나면 물이 용질(소금)의 농도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여 높이가 점점 높아지다가 평행에 도달하면 이동을 멈춘다. 이때에 반투막에 걸리는 압력을 삼투압이라 한다. 계산식은 II=icRT로 표시한다. 여기서 c는 녹인 물질(용질)의 몰(M)농도, i는 녹은 물질(용질)의 이온수(해리수), R은 상수, T는 절대온도이다.

그렇다면 식품에 소금을 치면 어떻게 변할까. 세포 내부의 물이 세포막( 반투막)을 빠져나오고 내부의 농도가 진해진다. 체적이 줄고 결국은 막이 안으로 말려들어가 세포는 쪼글쪼글하게 된다. 이를 원형질분리라는 말로 표현한다. 농도가 반대일 경우는 물이 내부로 이동하여 탱글탱글 해진다. 터질 것 같지만 바깥의 강한 세포벽 때문에 터지는 일은 없다. 반면 동물세포, 즉 적혈구 같은 세포는 세포벽이 없어 농도가 높아지면 터질 수 있다.

 

배추나 야채를 절일 때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세포 속의 물이 빠져나와 숨이 죽고 체적이 줄어든다. 다시 맹물에 담그면 반대 현상이 일어나 되살아난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면 세포 내부의 수분 함량은 줄고 염류의 농도는 증가한다. 절인 음식이 상하지 않는 이유는 식품 속 소금(염)의 농도가 높아져 함께 있던 미생물 세포도 탈수되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절임 농도에 따라 그 보존성이 좋고 나쁨이 정해진다.

 

그럼 어느 정도의 농도에서 부패가 방지될까. 생선이나 채소를 간하거나 절일 때 부패 최소 농도는 5% 정도라 했다. 최근은 웰빙시대라면서 간을 이보다 낮은 1~2% 정도로 한다. 장기 보존이 불가능하다. 간장, 된장 등은 20% 전후, 젓갈은 더 높아 약 30% 정도로 해준다. 이 정도에서는 미생물의 생육이 불가능해 영구(?) 보존이 기능하다.

 

시중에는 소금을 과하게 섭취하면 만병의 근원으로 치고 적게 먹기를 권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얼마가 과한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건 당국이 권장량을 하루 5g 정도로 정해주고는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금을 먹는 양은 짠 음식이 기준이 아니라 하루에 먹는 총량이다. 싱거운 국물도 하루 두 사발을 먹으면 기준량의 2배를 넘나든다. 참고로 세계 최장수 국가 일본과 우리는 하루에 12~20g을 먹고 있다. 사람마다 자기 입맛에 맞게 간을 조금 달리하는 정도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일부러 싱겁게 먹으려고 애쓰지 마라.

 

다음은 설탕이다. 설탕의 경우는 소금과 달리 삼투압 효과가 좋지 않아 훨씬 높은 농도를 요구한다. 적어도 30% 이상에서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된다. 물론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긴 한다. 잼은 설탕의 농도가 70~80%나 되고, 조청이나 벌꿀은 80% 이상이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보존이 가능하다. 원리는 소금 절임과 같다.

 

오래전에 산야초 효소가 유행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그렇다. 다름 아닌 이도 절임법이다. 설탕을 1:1의 비율로 넣으라 한다. 이러면 설탕이 녹았을 때 농도는 60%를 상회한다. 당연히 미생물은 자라지 못해 썩지 않는다. 일종의 묽은 잼에 해당한다. 이 농도에서는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니 발효라는 말도 가당치가 않다. 효소하고도 관계가 없다. 식물의 내용물이 조금 흘러나온 당절임(糖藏)에 불과한 설탕물이다. 잘못하여 설탕을 적게 넣으면 미생물이 번식하여 썩거나 효모에 의해 발효가 일어나 술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식초가 된다. 이를 산야초효소 담그기에 실패했다고 낙담한다. 당연한 것을. 세간에는 설탕을 극도로 기피하지만 이 요상한 식품만은 효소라 부르며 예외로 친다. 말이 안 된다. 얼마 전 국회에서 단 음식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가 발의됐다. 무식의 소치라는 생각이다.

 

다음으로 초절임. 이는 앞의 삼투압과는 관계가 없다. 단지 식품의 산성도를 높여 미생물의 생육을 저지하는 방법이다. 식초뿐만 아니라 모든 산(구연산, 사과산 등)으로도 가능하다. 단, 식용할 수 있는 산에 한해서다. 미생물의 경우 pH가 3이하가 되면 대개의 부패세균은 생육이 저지된다. 이걸 서양에서는 피클(pickle)이라 하고 오이, 마늘 등 채소에 자주 적용한다. 보통 피클에는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도 소량 들어가기 때문에 보존성에 다소 기여한다.

 

애초에는 본 연재를 50여회로 예정했다. 식품의 저장법에 대해서도 아직 다 못 썼지만 여러 이유로 이번 40회로 끝내고자 한다. 그 동안 졸문 읽어줘서 감사하다.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70321215116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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