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솔트

현지 소식

"한국·파키스탄 큰 공통점 있다…강한 이웃 의식하며 성장한 것"

작성자
meccasalt
작성일
2021-02-04 10:49
조회
2123


뭄타즈 발로치 파키스탄 대사

88올림픽때 파키스탄 노동자들
대거 서울 들어와 경기장 건설
97년엔 대우가 현지 고속도 건설
혁신·도전의 프로정신 전수해줘


"파키스탄 국민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지금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많은 근로자들이 한국으로 가서 성공의 토대를 닦았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국가 간 협력과 우애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인적 교류'다.

서남아시아에 위치한 파키스탄은 이런 면에서 "한국과 소중한 추억이 많은 국가"라고 뭄타즈 자흐라 발로치 주한 파키스탄 대사(50·사진)는 자신 있게 말한다. 이 귀한 협력 자산을 토대로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등 새로운 경제협력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소재 대사관저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발로치 대사는 한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던 양국 경제협력 성공 스토리를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파키스탄이 한국과 끈끈한 협력관계를 맺은 사건이 33년 전 서울올림픽이었다는 그의 전언은 생소하고 흥미로웠다.

'청정한 나라'를 뜻하는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해 이슬람교도의 나라로 새롭게 탄생했다. 경제 도약의 한 축으로 우수한 자국민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열정적이었던 파키스탄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는 한국에 많은 근로자를 보내 각종 시설 공사에 참여했다.

이 호혜적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1997년 파키스탄에서 양국 협력의 두 번째 대형 사건이 터졌다고 그는 흐뭇해했다. 그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제1산업도시인 라호르를 잇는 357㎞ 구간의 '모터웨이'를 한국 기업(대우건설)이 완공하면서 파키스탄 경제의 힘찬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쏜 것이다. 당시 단일 업체가 설계·시공한 세계 최대 규모 고속도로다.

발로치 대사는 1970년 개통한 한국의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를 상징하는 것처럼 이 고속도로가 자국 경제에 혁신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공사 수주업체를 선정하면서 내부에서 '왜 우리나라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외국 기업에 줘야 하느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하지만 한국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과 끈기로 공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이 논쟁은 틀린 것임이 입증됐다"고 당시 비화를 전했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이 대규모 공사가 성공하면서 파키스탄은 다른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경험의 축적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 특유의 '프로페셔널리즘(실력·책임을 갖춘 전문가 정신)'이야말로 양국 경제협력의 DNA라고 평가하며 "현재 파키스탄 경제 곳곳에서 롯데케미칼, 기아·현대차 조립공장, LS산전 등 한국의 전문 기업이 활동하며 우리에게 도전 정신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파키스탄은 2억2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5위 인구 대국으로 인도네시아와 함께 향후 브릭스(BRICs)를 이을 차세대 고도 경제성장 국가로 꼽히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한국과 파키스탄이 유사한 지정학적 환경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왔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주변에 만만치 않은 이웃(한국은 일본, 파키스탄은 인도)을 둔 탓에 역설적으로 보다 큰 전진을 시도해왔습니다. 한국과 파키스탄은 상대를 통해 자극을 받고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역량이 매우 출중한 국가입니다."

[이재철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9&aid=0004742748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