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20대 여성이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남성으로부터 살해되는 참변이 발생했다. 현재 파키스탄에는 이를 규탄하는 시위와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가해 남성은 피해자가 청혼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시각으로 3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27세 여성 누르 무카담은 지난 20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부유층 주거지에서 머리가 잘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부유층 가문 출신이자 미국 국적자인 자히르 자페르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둘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다. 자페르는 무카담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인 후 이틀간 감금하고 흉기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자페르는 무카담이 자신의 청혼을 거절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파키스탄 상류 사회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해외 언론까지 나서서 해당 사건을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특히 가해자인 자페르가 파키스탄에서 손꼽히는 유명 사업가 집안 출신인 점, 피해자인 무카담은 한국·카자흐스탄 등에서 대사를 역임한 외교관 샤우카트 알리 무카담의 딸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현재 이 사건은 역사상 가장 많이 보고된 여성 살해 사건이 됐다.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수백명의 여성이 잔혹한 폭력의 희생자가 됐지만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는 가해자 중 극소수만이 처벌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상류층에 속한 가해 남성이 처벌을 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당함이 무너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온라인에서는 ‘누르에게 정의를’(#JusticeForNoor)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범인을 규탄하고 보수적인 사회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파리알 말리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누르의 사진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며 “이제는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 파키스탄에서 여성 살해를 제발 멈춰 달라”고 썼다.
시에다 트림지는 트위터에 다른 사건으로 희생된 여자 어린이들의 사진을 올리면서 “이런 일이 발생해도 사람들은 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는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범인을 강력히 처벌하라는 시위와 함께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남부 카라치, 이슬라마바드 등 대도시에서는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범인을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도 계속됐다.
무카담을 추모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암나 살만 부트는 로이터통신에 “나에게도 딸이 있는데 내 딸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봐 밤이며 낮이며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 집회에 참석한 학생 자르카 칸은 “밖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며 혼자 거리를 걷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탄했다.
황금주 인턴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119527&code=61131311&cp=nv